랄랄라

A Piece of Summer, A Piece Of Yuri

M.HEYURI 2009. 9. 21. 06:09
이틀가량 방안에만 누워있다가, 답답한 마음에 정오 즈음 집을 나서서 잠시 산책을 하고 오기로 했다.
좁은 2차선 도로에, 두사람 이상 나란히 겉기에 벅차지만 얼마전에 새로 다듬었는지 깨끗하고 잘 정돈된 흙길이 저 멀리 직선으로 쭈욱 뻗어있는 '권율로'라는 곳을 걷다 보면, 건물도 집 한채도 없이 양옆으로 초원이 저 멀리 산등성까지 펼쳐져 있는 곳이 나온다.
내가 묵고 있던 곳은 그런 시골마을이었다.

서울에서 태어나 자란 아스팔트 키즈출신에게 이제껏 늘 보고 살던 곳과 다르면서도 사방으로 시야가 탁 트이던 그 풍경은 생각보다는 시각에 신선한 자극을 주기도 한다.  아주 가끔 지나치는 차를 제외하곤 들려오는 소리는 적막속에 서걱서걱  내 발자욱 소리와 저 멀리서 들려오는 매미소리 뿐이라는 것도 청각적으로 소소하게 신선했고, 매끈한 아스팔트 평지길을 걷던 내 구두 밑창으로 전해지는 우툴두툴한 흙길의 촉감도 간만이라 신선했더랬다. 한 여름의 한 낮이라 여느때보다 밝고 쨍쨍하게 내리쬐는 햇빛도, 후덥찌게 습한 열을 품은 공기에 땀은 점점 흘렀지만, 심심치 않게 푸른잎을 가르며 불어오는 바람의 서늘함에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.

그곳에서 여름 내내 내 머리 위로 자리잡던 먹구름같은 심정을 내려놓으면 희석되서 사라질 것 같은 생각마저 들었더랬다.
그런 생각도 잠시, 마냥 그 초록색 풍경에 홀려서 걷다가 돌아온 것이, 올 여름 유일하다고 할 수 있는 추억의 한 조각이 되어버렸다.

올 여름에 나는 무엇을 기대하고 있었을까?
여름이 지나버린 지금, 그 풍경의 한 조각만이라도 품고 갈 수 있는 걸로 만족하기로 했다.

여름이 끝났다고 느껴지는 시기는, 자려고 누울 때 귀뚜라미 소리가 귀를 후벼대기(?) 시작할 때인데...
-ㅂ-; 잠에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적응되려면 며칠 걸릴득,